나의수필집/내고향 양평.용문.단월

광고주 마인드 바꿔야 할때

1등기술 성화광고 2008. 10. 25. 09:23
잠깐 한국와 호주의 광고회사를 비교해보자면,

1. 한국에서처럼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갑'과 '을'이란 상하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의 정서가 강합니다. 즉, 서로 아주 존중해준다는 거죠. 

2. 프로젝트이 스케일에 따라서 디자인비를 받기보다 일한 시간에 따라 디자인비를 받습니다. 이 부분에선 광고주와 광고회사간의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3. 데드라인이 타이트하다,는 기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매니저가 데드라인이 타이트해서 걱정이라며 일을 넘겨주는데, 한국대비 완전 널널합니다. 워낙 한국에서 한달에 20일 야근-밤 12시, 1시까지...-하며 살던 저로서는 사실 그들이 말하는 'busy' 'urgent' 가 우습습니다. ^^;;

4. 광고주들이 다 착합니다.(!) 이건 1번과 동일선상에 있는 부분인데, "내가 돈을 지불하니 내 입맛에 맞게, 요구하는대로 열심히 일해!"라는 마인드가 아닌-사실 많은 한국의 광고주들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이러합니다.-, 내 회사를 위해, 내 제품을 위해 좋은 디자인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프로집단이란 마음으로 존중해주다보니, 스케줄도 우리가 힘들지 않게 조정해주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좋은 피드백을 보여줍니다. 

5. 아무리 바빠도 한국에서처럼 미친듯한 야근, 오버타임 근무는 없습니다. 그런 데드라인은 우리 회사 측에서 거부합니다. 한국에선 광고주를 '광고주님'이라고 불렀지요. 그들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없어 엄청난 양의 일을 퇴근할때쯤 넘겨주고 내일 아침까지 보내달라 그래도 "알겠습니다!"해야했습니다. ㅡ.ㅡ;;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광고주가 그런 터무니없는 스케줄로 일을 맡기는 일이 거의 없고, 간혹 있어도 보스나 매니저가 먼저 스태프들 입장에서 생각해줍니다. 

6. 오버타임을 할 경우,  당연히 수당을 받거나-이 수당도 결국은 광고주가 지불하는거지요.- 제가 원할 경우 수당 대신 데이 오프할 수도 있습니다. -왠만한 한국광고회사 야근은 밥먹듯하지만 야근수당 없습니다. 

7. Permanent일 경우 일년에 4주간 유급휴가 받습니다. 저는 4주 휴가 잘 챙겨놨다가 일년에 한번씩 한국 친정으로 나들이 갈 생각입니다. 일 안해도 돈 나오니까, 한국갈 여비는 나오는 셈이니까요. 한국에선 팀장으로, 디렉터로 일해도 일주일 휴가 내기 힘들죠. 공식적인 것과 상관없이 워낙에 바빠서리....

8. 광고주와의 회식이나 접대가 없습니다. 술 못마시는 저로서는 제일 좋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간혹 같이 워크샵같은 걸 할 경우 마지막날 긴 저녁식사를 함께 합니다. 광고주가 회사를 찾아와도 한국처럼 자동적으로 커피를 대접하거나 하는 일 없습니다. 긴 미팅을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경우에만 의사를 물어보고 음료대접을 합니다. 

암튼 여러모로 한국대비 근무 환경은 참 좋습니다.  샐러리도 좀 더 좋구요. 
스트레스 덜 받고, 스탭들이나 광고주들이나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라서 주어진 내 프로젝트만 잘 해내면 광고주들도, 매니저도 그걸로 기뻐합니다. 

적고보니 호주 광고회사가 근무하기 훨씬 좋다는 결론이 나옵니다만, 그래도 한국 광고회사의 뜨거운 열정, 건강한 경쟁, 서로 밤낮으로 부대끼며 이 꼴 저 꼴 다본 동료들 사이의 끈끈한 정, 회의 시간에 미친듯이 싸우고 나중에 추억처럼 낄낄거릴 수 있는 다이나믹했던 그 분위기들도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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