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에서 세상살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란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야 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굳이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가 없는 일인데도 전공과는
무관한 대학교 졸업장을 요구한다. 나는 이게 불만이다. 사람은 각자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졸업장으로 평가해서는 결코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가 없다.
아무튼 나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갖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다 내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비참하고 허망하다. 초등학교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했는데도 밥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드니 말이다.
그래서 나의 직업은 두가지다.
낮에는 사장님
밤에는 알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초저녁에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집근처 야산에 오르며
사업구상을 하거나 축구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며 시간을 보냈는데 몇 달 전
부터는 엄마일을 도와주던 조카가 군대를 가는 바람에 요즘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눈코 뜰 새없이 내가 동생이 하는 가게의 배달일을 맡고 있다.
동생 가게일이 항상 바쁜 것은 아니기에 이왕 하는 일 소득을 올려보고자
시간이 날 때 의뢰가 들어오면 옆집의 배달일도 간혹 도와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퀵스비스식으로 건당 배달비를 받는다.
아무튼 지난 토요일 자정이 거의 다 되어 동생이 카드로 결제할 거라는 주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집에 도착했을 때 자정이 살짝 넘었었다.
카드로 결제를 할려고 하는데 결제마감시간에 걸려 결제가 안된다. 은행별로
시간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카드 회사들이 자정이 되면 일시적으로 전산망을
정지시키고 결산을 본다. 이때는 체크 카드일 경우 결제가 안된다.
이 카드는 현재 결산보는 시간이라 결제가 안되는데 다른 카드 없냐고 물으니
아들을 제치고 저만치 있던 아줌마가 자기네들은 이 카드밖에 없단다. 그래서
그러면 현금을 주시면 좋겠다.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 시켜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줌마가 대뜸 크게 화를 내면서 그런다.
"아들아, 이 가게에 항의 전화 때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그랬다.
"조금만 이해를 해주세요. 이런 일로 항의 전화를 할 것까지야 뭐가 있습니까?"
내 말에 댓구도 않고 나는 바빠 미치겠는데 나를 현관에 세워 놓고 항의 전화를
때린다며 전화번호를 찾고 난리다. 결국은 아주머니가 항의 전화를 때리는
사이 내가 너무 바빠서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자 약간 모자라게
생긴 아들이 현금을 주길래 받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반시간이 흘렀을까
아까 그 집에서 전화가 왔다. 그냥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나빠서 도저히 못 먹겠으니 치킨을 도로 가져가란다.
여동생이 울상이 되어 애원하며 매달린다.
하지만 안 통한다.
씨도 안 먹힌다.
그러면 너무 크게 피해를 보니 생닭값 오천원만 주시고 그냥 드시라고 해도
필요없단다. 그래서 다른 집에 배달가야 할 시간에 배달도 못가고 다시 가서
치킨을 도로 갖고 왔다.
자정이 되어 카드 결제가 안 될 수도 있으면 주문을 받을 때 왜 미리 얘기를
안했느냐? 그리고 현금은 자기들 써야 되는데 자기 허락도 없이 왜 아들한테
현금을 받아 갔느냐 이게 화가 나서 못 먹고 반품시키는 이유란다.
그날 동생도 울고 나도 울었다.
참 세상 인심 야박하기 그지없다.
서민이 서민 마음을 몰라준다.
동병상련이기에 서민이 서민 마음을 더 잘 알아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서민의 마음을 후벼파는 것은 부자가
아니고 바로 같은 서민이다. 이게 바로 장사라는 거다. 그래서 장사가 어렵다.
이런 일을 한번 겪고 나면 삶의 회의를 느끼고 기운이 쑥 빠진다.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다 때려치우고 싶고 심할 때는 죽고 싶다.
그제는 퇴근 시간대 눈코 뜰 새없이 바쁠 시간에 진주 아파트에 배달을 갔는데
엘리베이터 수리중이란다. 13층까지 뛰어서 올라갔다. 그런데 안 시켰단다.
그래서 주문 전표를 보고 전화를 하니 진주 아파트가 아니고 현대 아파트란다.
미치고 환장하겠다.
정말 팔짝 뛰고 돌아버리겠다.
하지만 애써 참는다. 남들이 하지 못해서 안달인 철밥통 직장을 배가 불러
세번씩이나 걷어찬 죄를 받는 것이기에 참고 또 참으며 죄를 씻을 수밖에...
현대 아파트로 가는 도중에 전화가 온다.
당연히 독촉 전화이겠거니 하고 지금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자 그런 뜻으로 전화를 한 게 아니고 하도 안 와서 지리를 몰라서 헤매고
있을까봐 전화를 한 거니 조심해서 천천히 오란다.
허걱~~~~~~~~~
이 아주머니는 뭔가 다르다.
배달이 늦은 점 사과할려고 정중한 멘트를 구상하며
무사히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내릴려고 하는데 승강기 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건을 달라고 하며 돈을 내민다. 그리고는 승강기 내려
가기 전에 얼른 내려가란다.
어쩜!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아주머니가 다 있다니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황급해서 그만 배달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말았다.
어제 낮에 공원 벤치에 앉아 쉬면서 쓸데없는 전화번호를 지우고 있다가
그제 이해심많은 천사같은 아주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문자를 넣었다.
"어제 배달갔던 사람입니다.
어쩌다보니 이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표에 착오가 생겨 배달이 늦어서 미안하고 다 식었을텐데도 반품을 안
시키고 그냥 드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승강기 앞에
나와 계셔서 미안하다는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정말 고맙고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가 꼭 재기해서 그때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반드시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맛있게 먹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힘내시라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아주머니가 다 있을까 끝까지 나를 감동시킨다.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서민의 애환을 무한한 애정으로 이해해 주신데 대해 거듭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머지않아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조금 후 답장이 왔다.
"팟팅 ^^ "
은혜가 흐른다.
감사가 흐른다.
이런 경우 거의 백이면 백 늦었다고 배고파 미칠뻔했다고 화를 내거나 너무
오래 돼서 식어서 못 먹겠다고 도로 가져가라며 반품을 시킨다.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마운 아주머니도 있을 줄이야~~~~~~~
아!
천사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나는 그제 천사를 보았다.
그 천사 때문에 나는 오늘도 생명줄을 놓지 않고 살려고 발버둥친다.
그 천사는 나에게 희망이다.
어쩌면 그 아주머니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나를 보고 하늘에서 내려 보내준
9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을까!
'잡식 > 잘나가는 사장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명함 샘플들~~~ (0) | 2013.12.12 |
---|---|
[스크랩] 2013 서울세계불꽃축제 (0) | 2013.12.04 |
전기요금계산(절전은 생활화)방법 (0) | 2013.08.21 |
방재단야유회가서 (0) | 2013.06.21 |
내가아는 사장님! "기부천사" (0) | 201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