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수필집/나의생활수기

보고싶은 누렁소

1등기술 성화광고 2012. 3. 6. 08:43

62년부터 나는 양평군 단월면 부안리에서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 슬하에서 부유하지는 못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보냈지. 

그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암소가 한마리 있었는데~~

온 식구들이 겨울이면 여물도 끊여 주고, 여름엔 풀밭에 데려가 풀을 뜯기기도 하고....

암튼 장남인 나 다음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거 같다.

몇년후 새끼 소까지 낳아주며 우리 가문을 일으켰던 수렁소들이

요즘 구제역이란 바이러스에 떠밀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땅속으로 들러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내 알기로는 소는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초등학교 시절인가 보다.

여름이면 코뚜레 끈을 잡고 풀을 뜯기려 개울로 산으로 다녔었다.

그런데 한번은 친구가 보고 싶어 냇가 버드나무에 매어놓고

병학이네로 놀러 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 지더니 냇가에 물이 불어 집에도 갈수 없게 갖혀버렸다.

나는 냇가 에 묵어놓은 소때문에 친구 엄마한테 우리소 살려 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쳤드랬다...

흑탕물이 지나간 후 겨우 냇가를 건너 "누렁아~~ 누렁아~~"울며 달려 갔다.

누렁이는 안 보였다.

하늘이 무너진 느낌....

큰 재산을 날린 할아버지. 아버지 모습이 떠 올랐다.

나는 하루 아침에 가문의 역적이 되어

냇가에 앉아 울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나 보다.

소 뒷다리에 매어져 진흑탕에 끌려가는 악몽을 꾸고 있는데..

엄하신 아버님 목소리에 눈을 떳다.

"이너매 자슥 저물었으면 집에 와야지... 와 여기서 자빠져 자노~~어여가자~"

이대로 집에 갖다간 내 살아서 못나올 거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난 그냥 울어 버렸다.

"~으흐응~~아앙~~"

"이너미~~ 집에 가자니까!"

"아빠  저기 버드나무에 누렁이를 묶어 놨는데 없어졌어요~으흐응~~아앙~~"

"수렁이 집에 와있다... 가자~~"

그말에 아버지 손을 잡고 머리는 숙인채 신장로에 고인물구덩이 둠벙만 쳐다 보며 집으로 왔다.

오자 마자 마굿간을 쳐다 보니....

누렁이가 커다란 눈을 꺼벙이며 나를 쳐다 보는데,

말은 못해도 오히려 나를 걱정했다는 눈빛 같았다.

"고마워 누렁아~~" 나는 누렁이 얼굴는 매만지며 한참을 울었었다.

그 고마운 누렁소가

그후 두번인가 먼 곳에서 없어 졌었다.

그러나 몇시간 후면

자기 집까지 찾아오는 영특했던 누렁이...

그후 몇마리의 새끼를 더 낳은후  서울로 이사 올때

나는 누렁이와 이별을 했다.

아버지손에 끌려 대문을 나서기전

그 큰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 졌다.

우리가족들은 그눈물에 동요되어 모두가 울었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누렁이~~

사랑했던 누렁아~~먼곳 천당에서   잘 지내고 있지~~

--------촌놈 덕성-----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김기택의 시 '소')